트럼프, 파월에 또 금리 인하 압박 “연준, 부끄러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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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글에서 주요국 기준금리 순위를 담은 문서 위에 자필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필 메시지에서 “제롬, 당신은 언제나처럼 너무 늦다. 당신은 미국에 엄청난 비용을 부과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4.5%로 35번째로 높으며 카메룬, 과테말라, 이스라엘, 베트남 등과 같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당신은 기준금리를 크게 낮춰야 한다. 수천억달러를 잃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나라가 34개국에 달하는 데 대해 “제롬 ‘투 레이트’(Too Late·너무 늦는) 파월과 전체 연준 위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그들이 제대로 일을 했더라면 우리 나라는 이자율에서 수천억달러를 절감할 것이다. 이사회도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1% 또는 그보다 더 나은(낮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4.25∼4.50%인 미국 기준금리를 1% 또는 그 아래 수준까지 대폭 내릴 것을 촉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교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압박 강도를 키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는 내년 5월까지가 임기인 파월 의장의 조기 퇴진을 독려하는 발언도 내놨다. 또한 파월 의장의 후임을 조기에 발표할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내년 1월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후임으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지명한 다음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의 조건으로 금리 인하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일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방송 3법’을 단독 처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방송 3법’으로 불리는 방송문화진흥회법·방송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하게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방송 3법은 방송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온전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단일 안을 만들어 오늘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과방위 소속 한민수 민주당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만 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불참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악용해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며 “방송 3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 악법”이라고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민주당은 그간 충분한 논의를 거친 법안이라며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16년부터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에 국회 차원의 동의가 있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두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있었고, 세 차례 소위 논의와 공청회·토론회 등으로 숙의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 3법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소위 의결 직후 페이스북에 “차근차근 설득하고 인내하며 7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내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온 만큼 민주당 주도의 법안 처리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방송 3법 처리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랑스러운 우리 노동자의 날, 내가 사회에 발붙인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권미경이 1991년 5월 1일 노동절에 쓴 일기 한 문장이다. 권미경이 태어난 건 1969년 6월 24일이다. 전북 장수에서 나 1971년 부산으로 이주했다. 1982년 2월 아미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다음 달 들어간 곳은 중학교가 아니라 보세 공장이다. 열세 살 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배우려고 했다. 공장 일을 하며 동주여자중학교 야간부를 다녔다. 1985년 졸업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했다. 공장을 계속 다녔다. 1985년 3월~1987년 10월 대일산업, 같은 해 10월~1988년 12월 청산, 1989년 1월~1990년 3월 세원에서 미싱사로 일했다. 그해 6월 대봉 재봉과로 들어갔다. 독일 아디다스 제품을 OEM방식으로 생산·수출하던 회사다.
이듬해 노동은 유달리 고됐다. 1991년 11월 14일자 일기에 쓴 구절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 생활 10년 가까이 해오면서 처음으로 결근계라는 것을 내어보았다. 참으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세월이 아니었나 싶다.”
몸이 괜히 아팠던 게 아니다. 권미경이 열세 살 소녀 노동자로 일한 뒤 처음 결근할 정도로 1991년 하반기 ‘노동 착취’는 고조로 치달았다. 권미경은 10월 11일자 일기에 “몸이 정신을 전혀 뒷받침해 주지를 못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로 같은 걸 별로 느끼지 못했었는데, 요새는 몸이 쑤시고 저리고 하기야 사람이 일을 그렇게 죽어라 하는데 멀쩡하면 어디 사람인가 기계지”라고 썼다. “노동강도가 갈수록 더 심해져 간다. 신발산업 해외이전 문제까지 들먹여가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동료들을 그들은 희롱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이윤을 챙긴 기업주들은 신발 산업 위기에서 혁신보단, 노동자들을 더 쥐어 짜내는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 위기가 일을 덜 해서 생긴 양 몰아붙였다. ‘구사’와 ‘애사’의 이름으로 착취를 강요하고, 정당화했다.
최저임금 수준 정도만 받고 일했다. 최저임금 심의위원회가 1990년 10월 확정한 1991년 최저임금은 월 19만 2790원이다. 10년 차 숙련 노동자 권미경이 1991년 1월 받은 월급은 28만원인데, 연장수당 등을 뺀 기본급은 18만원이다.
전경련 등 당시 경제 5단체는 1991년 11월 22일 “10% 절약 더 하기, 10% 저축 더 하기, 10% 생산성 더 제고하기, 10% 수출 더 증대하기, 자발적으로 일 더 하기” 등 ‘5대 더 하기 운동’을 발표했다. 이들이 주최한 ‘기업체 5대 더 하기 운동 전진대회’에 당시 상공부 차관과 공단이사장도 참석했다. ‘착취의 정경 유착’였다. ‘애사’ ‘구사’에 ‘애국’이 더해졌다.
부산의 여러 공장 사장들은 ‘상여금 반납’, ‘토요일 연장 근무’, ‘30분 더 일하기’를 강요했다. 권미경이 다니던 대봉도 그해 11월 1일부터 목표량 달성을 위해 작업 강도를 올렸다. 11월 말엔 아디다스 새 신발 생산 목표치를 50%가량 늘렸다. 관리자들은 초시계를 가지고 다니며 목표랑 달성을 쪼았다.
권미경은 작업 목표량을 채우지 못해 수 차례 정신 교육을 받았다. 훈시를 듣느라 통근 버스를 타지 못한 적도 여러 번이다. 저녁밥도 챙기지 못해 연장 근로를 하며 잠깐 귤과 빵을 먹다가 간부에게 들켜 혼이 나기도 했다.
사측은 12월 들어 목표량 달성을 더 재촉했다. 연장 근로도 강요했다. 그달 6일 권미경의 19세 동료가 품질 불량 때문에 질책을 받았다. 조장과 반장이 이 동료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걸 보고 권미경은 울먹이며 “이곳이 바로 지옥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권미경은 이날 오후 4시8분쯤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4시10분쯤 부산 신평동 대봉 본사 지하식당 앞 공터에서 발견됐다. 고신의료원에 옮겨진 4시24분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그때 권미경 팔뚝엔 검정 볼펜으로 쓴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이여! 나를 이 차가운 억압의 땅에 묻지 말고 그대들 가슴 깊은 곳에 묻어 주오. 그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으리.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마라.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공장 간부들은 권미경을 권공순으로 부르곤 했다. 남성 노동자들은 ‘박공돌’ 등으로 호칭했다.
권미경은 늘 공부했다. ‘광장도서원.’ 1991년 봄 가입한 사하 공단 지역 노동자 독서 모임이다. 권미경은 광장도서원 노동 분과에서 노동 착취 같은 한국 사회 현실 문제를 깨닫는다. 사회, 노동, 여성에 관한 자각, 결의를 일기에 적어 내려갔다.
1991년 5월 6일자 일기에 이렇게 썼다. “그녀들만이 지니고 있는 미소가 날이 갈수록 어둡게 변해가는 것 같다. 한창 자연 속에서 꽃사슴처럼 뛰어놀아야 할 소녀들이 여기, 이곳 모든 게 제한되어 있는 작업장에서 노동에 그녀들의 꿈이 시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건 당일 질책을 받은 동료 노동자는 야간학교 학생이었다. 자신보다 어린 여성 노동자들에 연민과 동지애를 느꼈다.
사망 하루 전인 12월 5일자 일기엔 “바로 내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고자 할 때만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지 않고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해 10월 11일자엔 이렇게 썼다. “우리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싸우다 싸우다 피 터져 죽는 한이 있어도 그들과 함께 싸우고 싶다. 그래 짓밟아라! 니네들이 아무리 밟고 억압해도 우린 더욱더 강하게 다시 일어날 테니까.”
여성 문제를 자본주의 사회 노동 현장에서 깨달은 페미니스트였다. 7월 5일자 일기 제목은 ‘여성행방을 되새기며’다. “진정하고 아름다운 참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한 남성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며 나가고 싶은 한 여성”을 “나 스스로 과감하게 거부한다”고 적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우리 여성들의 소박한 꿈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지금에 어찌 한 나약한 여성으로 안주해버린단 말인가. 지금의 자본주의 구조가 깡그리 무너지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결단코 나약한 여성이 아니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으로 또는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똑같은 높이에 평등하게 설 수 있는 그 날까지 힘차게 걸어 나갈 것이다. 노동해방과 여성해방 그날까지.”
권미경은 1남 3녀 중 장녀였다. 열세 살 때 첫 노동을 시작할 때 홀어머니는 완구 공장에 다녔다. 오빠도 어렸을 적부터 노동을 했다. 아버지는 이전 사망한 듯하다. 권미경은 1991년 11월 14일자 일기에 “묵묵히 땀 흘리고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순박하게 살던 울 아버지, 이 사회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마음이 여리고 강하지 못한 울 아버지는 그렇게 쓰러져갔다. 불쌍한 울아버지, 울엄마”라고 적었다. 권미경은 가족의 고난을 “사회에서 소외되고 멸시당하며 살아야 하는 빈민들”의 수난과 이어 생각하려 했다.
비극은 이어졌다. 오빠는 동생의 죽음과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1993년 3월 11일 부산 천마산 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일보는 “동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갔는데 내가 살면 무엇하느냐며 심하게 비관해 왔다”(1993년 3월 12일자)고 전했다
세상은 권미경 죽음 전 공장에서 벌어진 일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애초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대봉 사측은 권미경의 죽음을 두고 “외부불순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매도했다. 대봉의 대표이사는 권미경이 죽기 1주일 전 ‘수출 유공자’로 동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매일경제는 11월30일자 ‘대봉 올수출 2천만불 초과달성’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신발업체로는 드물게 노사화합, 시장다변화, 신소재개발, 기계 및 공장자동화, 품질고급화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적었다. MBC는 사망 다음달인 1992년 1월 초 근로 시간 연장, 토요 휴무제 잠정 폐지 등 부산 신발업계의 ‘일 더하기 운동’을 ‘일하는 풍토’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당시 정부와 언론, 기업이 이윤과 착취의 대연정을 이루었다. 이 대연정은 무너진 적이 없다. 착취와 해고, 죽음에 관한 문제라면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여기저기서 노동자들이 죽고, 고공농성을 해도 ‘이윤’ ‘수출’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 관행은 지금껏 이어진다. 때로는 ‘국뽕’과도 연결한다. 파리바게뜨가 프랑스에 빵집을 내면 ‘K-베이커리’로 칭송하듯 말이다.
권미경 장례는 1991년 12월 22일 ‘부산 노동자장’으로 치러졌다. 경상남도 양산시 솥발산 노동 열사 묘역에 묻혔다. 이듬해 4월 5일 신발 산업 노동자들은 ‘고무노동자협의회’를 결성했다.
권미경의 투쟁은 노동사학자 남화숙의 <체공녀 연대기 1931~2011>(남관숙 옮김, 후마니타스)에도 실렸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인 박정혜는 2일 기준 541일째,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 고진수는 140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생사고투’는 대책위가 1991년 12월 10일 낸 낸 ‘고무노동자 권미경 열사 일기 및 관련 자료 모음집’ 등을 참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전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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